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4회, AI·브루탈리즘·공공성 재해석이 화두로 떠올랐다
제24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9월 12~20일 11개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350여 개 이벤트로 열렸다. AI와 공예의 대화, 브루탈리즘의 재해석, 공공공간에 대한 성찰이 올해의 핵심 화두였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이벤트 수
방문객 수
제24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9월 12~20일 런던 11개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350여 개 이벤트로 열려 AI·브루탈리즘·공공성 재해석을 화두로 제시했다.
거대한 전시장 없이 도시 전체를 무대로 삼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밀라노나 파리처럼 거대한 단일 전시장을 두지 않는다. 대신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미술관의 권위와 지역 커뮤니티의 활기, 브랜드의 상업성과 신진 디자이너의 실험성을 한 골목 안에 뒤섞는다. 이 느슨하고 다층적인 결이 페스티벌의 개성으로 꼽힌다.
공동 설립자 벤 에반스(Ben Evans)는 "커미션으로 제작하는 스페셜 프로젝트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핵심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2007년 자하 하디드와의 첫 협업 이후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올해는 AI를 둘러싼 담론과 몰입형 전시, 공예적 감각이 한자리에서 공존했다.
V&A의 깨어남, 바비칸의 콘크리트, 스트랜드의 성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AI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과 V&A는 'V&A x LDF26: 깨어남(Awakenings)'이라는 틀 아래 AI를 주제로 한 영상·설치 프로젝트를 다수 선보였다. 기계가 만든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객의 감각에 직접 묻는 작업들이다.
브루탈리즘은 박물관 밖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인테리어 매체 인테리어 디자인(Interior Design) 보도에 따르면 바비칸(Barbican) 주거단지의 거친 콘크리트 결과 묵직한 볼륨에서 영감을 얻은 23피스 규모의 가구·조명 컬렉션이 공개됐다. 차갑고 단단한 구조물이 손에 닿는 오브제의 온기로 번역된 셈이다.
공공성의 질문은 스트랜드 올드위치(Strand Aldwych)로 이어졌다. 보행자 공간으로 바뀐 이곳에서는 식민 유산과 권력, 생태 착취를 성찰하는 설치가 진행됐다. 디자인이 도시의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물음이 광장 한복판에 놓였다.
AI는 공예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목소리
이탈리아 매체 일 솔레 24 오레(Il Sole 24 Ore)에 따르면 이번 페스티벌의 핵심 축은 AI와 전통 공예, 물리와 디지털, 인간과 인공의 대화였다. AI 모델로 우즈베크 수자니 자수를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한 땀 한 땀의 문양이 알고리즘을 거쳐 새로운 패턴으로 되살아나는 장면이다.
디자이너 아지자 카디리(Aziza Kadyri)는 AI가 전통 공예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소멸 위험에 놓인 제작 방식을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이 전통 앞에서 자세를 낮추는 방식이다.
다만 우려도 공존한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AI 보고서에 대해 아드리안 말레슨(Adrian Malleson)이 내놓은 코멘트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AI가 모방과 디자인의 획일화를 키운다고 봤다. 효율의 이면에서 개성이 지워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산업 광고판이 된 페스티벌, 남은 과제는 책임
디자인 매체 디진(Dezeen) 보도에 따르면 이번 페스티벌 방문객은 60만 명 이상이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이 행사를 국제적 관심과 투자, 방문객을 끌어오는 산업의 광고판으로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런던광역시(GLA)의 220만 파운드 투자가 12억 3천만 파운드의 경제효과로 이어졌다는 수치도 함께 소개됐다.
9월 14일에는 AI의 혁신과 창의, 지식재산·소유권 이슈를 다루는 패널이 열렸다. 9월 15~17일에는 디자인 산업을 지원하는 무료 공개 행사 '굿 그로스 디자인 랩(Good Growth Design Lab)'이 이어졌다. 기술 도입보다 사회적 정당성이 중요해졌다는 문제의식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제도 환경도 변하고 있다. 디진은 8월 10일 보도에서 EU AI법의 투명성 규칙이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되며, AI로 만든 건축 렌더링을 표기하지 않으면 EU 내에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페스티벌이 던진 질문은 AI 산출물의 표기와 공공공간의 성능, 설계 책임의 소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용·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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