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의 재탄생, ‘삭제의 건축’으로 여의도에 상륙하는 퐁피두 센터

프랑스 현대미술의 상징, 센터 퐁피두(Centre Pompidou)가 서울 여의도에 입성한다. 한화문화재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되는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은 단순한 해외 분관 유치를 넘어, 기존 초고층 빌딩의 포디움을 현대적 전시장으로 전용(Adaptive Reuse)하는 고도의 건축적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삭제의 건축(Architecture of Subtraction)’... 구조적 절개를 통한 유연성 확보
이번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은 빌모트 & 아소시에(Wilmotte & Associés)는 63빌딩이 가진 기존의 육중한 강철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이를 ‘도려내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의 컨퍼런스룸과 웨딩홀 등 분절되어 있던 공간들을 대담하게 절개하여 현대 미술이 요구하는 대형 볼륨과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신축보다 까다로운 리모델링 공정으로, 기존 매스 내부에 새로운 보이드(Void)와 광정(Lightwell)을 삽입해 공간의 입체적 깊이를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평적 랜드마크의 구축... ‘빛의 파사드’로 도시 맥락 재해석
수직적 권위를 상징하는 63타워 하단에 150m 길이의 수평적 ‘빛의 선’이 구축된다. 층고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곡면 접합 유리를 활용한 더블 스킨 파사드는 투명성과 반투명성을 교차시키며 내부의 예술적 에너지를 외부로 투사한다. 중앙 로비를 중심으로 서측의 퐁피두 소장품 전시 플랫폼(1,400㎡)과 동측의 한국 현대미술 플랫폼(1,650㎡)이 대칭을 이루며, 이를 대형 중앙 보이드가 연결해 동서양 예술의 시각적 대화를 유도한다.
소재와 빛의 조율... 미니멀리즘의 정수
인테리어는 전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절제된 물질성을 지향한다. 회색 석회암과 라이트 그레이 테라조를 메인 톤으로 설정하여 견고한 건축적 배경을 조성하고, 관람객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배치된 곡면 반투명 유리는 빛의 굴절을 통해 공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무너뜨린다. 이는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파리 본관의 하이테크적 감성과는 또 다른, 서울만의 정제된 현대미술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26년 6월 개관, 서울의 문화 지형도 바꾼다
63빌딩의 변신은 서울 금융지구인 여의도를 상업적 중심지에서 문화적 거점으로 이동시키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건축 자산의 내부를 비워 새로운 가치를 채우는 ‘삭제의 미학’이 서울의 도시 재생 모델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은 현재 정밀 시공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6년 6월 4일 그 베일을 벗는다.
원문출처 https://www.archdaily.com/1040817/centre-pompidou-expands-to-seoul-with-hanwha-center-by-wilmotte-and-associes
[Editor’s View: 전문가 분석] 이번 퐁피두 서울 프로젝트는 ‘화이트 큐브’라는 전형적인 전시 공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초고층 빌딩의 포디움이라는 ‘비전형적 장소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빌모트가 제시한 중앙 보이드와 빛의 도입은 기존 건축물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영리한 해법으로 보인다.
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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