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건축법, 그렌펠 타워 화재 계기로 안전규제 대폭 강화
영국이 2017년 그렌펠 타워 화재를 계기로 건물안전법을 제정해 18m 이상 고위험 건물에 대한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유연함과 강력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영국 건축법의 특징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 www.ancnews.kr

고위험 건물 기준
리모델링 세금 감면 한도
대한건축사협회가 손원일 영국 건축사(JAIA Architects)의 '영국 건축 산책' 연재를 시작하며 영국 건축법의 특징과 최근 강화 동향을 소개했다. 영국 건축법은 절대적 기준보다 유연한 적용을 통해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되, 2017년 그렌펠 타워 화재를 계기로 고층 주거건물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 함무라비 법전에서 시작된 건축업자 책임
세계 최초 건축법은 기원전 1750년경 함무라비 법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법전은 건축업자가 지은 건축물이 무너져 주인이 죽으면 건축업자를 사형에 처하고, 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건축업자의 아들을 사형에 처한다는 '동해보복' 원칙을 담고 있었다.
손원일 건축사는 "건축업자의 책임을 그 옛날부터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알 수 있다"며 "현대 영국 건축법도 이런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1666년 런던 대화재는 현대 건축법의 초석이 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 2022년 건물안전법으로 고위험 건물 규제 강화
영국은 2017년 그렌펠 타워 화재를 계기로 Fire Safety Act 2021과 Building Safety Act 2022를 제정해 고위험 건물에 대한 안전 규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새로운 법률은 18m 또는 7층 이상 주거용 건물을 고위험 건물로 분류하고 건물주와 관리인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용공간 2가구 이상 주거(11m 이하)에는 대피·화재안전지침 의무 배부, 11m 이상 18m 미만 주거건물에는 매년 입구문 화재위험 평가, 18m 이상 주거건물에는 불연 외장재 책임 및 소방당국 보고 의무가 부과됐다. 건축 보증기간은 최대 15년까지 적용된다.
■ 유연함과 강력함의 절묘한 균형
영국 건축법의 특징은 '안과 밖'의 절대적 선 없이 유연하게 적용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지독하게 강력하다는 점이다. 한국 출신 유럽 건축사는 "영국 건축법은 개인주의 기반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며 공공 이익을 우선하고, 엄격한 규제로 도시계획 원칙을 고수한다"고 분석했다.
2차대전 후 노후 민간건축물 관리를 국가 문제로 인식한 영국은 민간·공공·기관 협력을 통해 건축물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리모델링·개보수 지원으로 세금 감면 £30,000 한도(2022 기준)를 제공해 건축물의 경제적 수명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 건설업계 침체 속에서도 안전 규제는 지속 강화
영국 건설업계는 최근 침체를 겪고 있다. 2025년 10월 건설 PMI가 44.1을 기록하며 10개월 연속 50을 하회했고, 주택 활동 지수도 43.6으로 급락했다. S&P 글로벌은 "수요 부진과 원자재 비용 하락에도 불확실성으로 비즈니스 전망이 202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전 규제 강화는 지속되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기존 법의 모호함을 명확히 하고 공동주택 화재 위험 요소 점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책임 주체를 건물주·관리인으로 규정한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 건설업계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절대적 안전 책임으로의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도 고층주택 화재 규제 벤치마킹과 민관 협력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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